서울 중구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에서 지난달 28일 열린 KB국민은행 혁신금융서비스 ‘리브모바일’(Liiv M) 론칭 행사에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한 내빈들이 리브모바일을 체험하고 있다. 왼쪽 두번째부터 최성호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정책국장,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윤 회장, 이태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정책국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허인 KB국민은행장. [연합]

[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 “옛날 은행은 잊어주세요.”

은행하면 딱 떠오르는 게 있다. ‘대출이자 장사’, ‘복잡한 대출 심사 서류’, ‘알다가도 모를 끝없는 도장 직인’, ‘까탈스런 창구의 높은 문턱’…. 대출을 위해 은행을 몇번 방문해본 이들이라면 대개 이런 은행 이미지를 갖고 있을 것이다. 1970~1980년대라면 이랬을수도 있지만, 사실 은행은 2000년대 이후 몰라보게 달라졌다. 창구 직원은 더욱 친절해졌고, 은행들은 이익 외에도 사회공헌 사업에 주력하며 사회적책임을 다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은 서민들에게 ‘가까운 곳’은 아니었다. 신용도가 꽤 높은 올드(old)보이에게도 은행이 편한 곳이 아니었으니 사회생활을 갓 시작하는 웬만한 2030이라면 은행 앞에서 주눅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은행이 아무리 친절해졌다고 해도, 은행창구를 굳이 가지 않아도 되는 모바일시대가 됐다고 해도, 갑자기 은행 업무와 맞닥뜨리게 되면 금세 두통끼를 느낀다는 이도 주변에 꽤 있다.

은행들이 “요즘 은행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선언 중이다. 저금리를 최대 무기로 여수신에 집중해 온 은행들은 최근 일대 변신(transform)을 시도 중이다. 은행들은 최근 대국민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높디높던 은행 문턱’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고 ‘따뜻한 은행’으로의 변화를 꾀하기 위해 유망한 소상공인과 스타트업 발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중이다. 특히 창업자를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점점 강화하면서 은행이 인큐베이터(incubator)로까지 나서고 있는 것이다.

‘여수신’ 본업을 제치고 비금융서비스를 잇따라 강화하고 있는 은행들.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핀테크’의 등장으로 외부의 위협요인이 가중된 것이 배경으로 보인다. 이런 영업환경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또다른 수익원을 비금융서비스에서 찾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피상적인 해석에 지나지 않는다는 시각이 뒤따른다. 은행이 소상공인과 스타트업에 집중하는 이유에서 보여지듯이 은행이 과거 단순한 금융공급자 역할을 넘어 잠재적 우량기업을 조기에 발굴, 육성해 포용적 금융 생태계를 조성하려 이런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옛날 방식의 은행 본업은 그 한계가 존재하기에 금융생태계 자체를 포용적으로 바꿔 그 속에서 새로운 개념의 사회적책임을 다하는 은행의 모습을 각인시키고, 그 친근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시장 파이를 함께 키워 은행업 외연을 확대하려 한다는 것이다.

▶혁신, 생태계 구축에 앞장 선다=‘혁신성장 생태계’ 구축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산업은행이 대표적이다. 산업은행은 우선 기업성장 지원 정책인 혁신성장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총 3단계에 걸쳐 ▷창업활성화 ▷스타트업 ▷성장 벤처 라운드 순으로 기업을 육성한다. 특히 청년들에게는 KDB 청년창업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디어를 다듬고, 이를 비즈니스모델로 구체화해 창업할 수 있게 도와준다.

IBK기업은행에서 론칭한 ‘IBK창공(創工)’은 스타트업이 성공적인 비즈니스모델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창업육성 플랫폼이다. 지난 2017년 말 마포센터를 시작으로 총 3개의 센터를 운영 중이다. 주로 혁신창업기업을 육성하며 멘토링을 통해 투자주선도 병행한다.

우리은행은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지하에 청장년, 소상공인을 위한 ‘우리사랑나눔 복합센터’를 개설해 시니어 세대의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하고, 예비창업자들에게는 공유오피스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병행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행장 이대훈)은 ‘NH디지털Challenge+’를 통해 스타트업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한다. 선정된 기업들에게는 ▷맞춤형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창업 및 기술관련 교육 ▷농협과의 사업연계 컨설팅 ▷투자IR 행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지방은행도 예외는 아니다. DGB 대구은행은 경북대학교 테크노파크와 협력해 창업기업 기반확보에 필요한 경영전략, 마케팅기획, 연구개발(R&D)기획 등을 지원한다. 대구지역 창업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발전하도록 돕는게 목표점이다.

BNK부산은행도 최근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사 엑센트리(Xntree)와 부산지역 핀테크·블록체인·스마트시티 분야 유니콘 기업 발굴 및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블록체인과 핀테크, 스마트시티, 인공지능(AI) 등 신산업분야 유망 신생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글로벌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이다.

서울 중구 IBK파이낸스타워에서 지난달 25일 열린 기업은행 디지털 혁신랩 ‘IBK 1st Lab’ 출범식에서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왼쪽 다섯번째부터), 김도진 기업은행장, 정유신 핀테크지원센터 이사장(오른쪽)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창업 인큐베이터로 과감한 변신=이처럼 주로 스타트업 지원에 집중하고 있는 은행이 있는 반면,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를 위한 밀착서비스에 역점을 두는 곳도 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대표적이다.

KB국민은행은 중소제조업과 창업자를 위한 비금융 서비스를 전사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우선 창업자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이 창업자금이라는 점을 감안, 정책자금 정보를 맞춤형으로 알려주는 ‘KB브릿지’를 선보였다. 자사의 금융정보를 제외한 정부의 정책자금만 서비스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앱(App)으로 개발된 이 서비스는 정부와 정책금융기관, 지자체 등 430여곳에서 지원하는 정책자금을 인공지능을 활용해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절차도 비교적 쉽다. 먼저 로그인하면 ‘한 눈에 보는 정책자금’이 뜬다. 전체 정책자금 숫자와 신규 자금정보, 그리고 마감이 임박한 자금 등으로 구분해 알려준다. 로그인은 별도의 회원가입 없이 기존 SNS나 이메일 등으로 접속할 수 있어서 가입부담을 줄였다. 다음 화면에서는 기존 소상공인의 경우 사업자등록번호를, 예비창업자인 경우 기본정보를 입력하면 신청 가능한 정책자금 숫자가 나오고, 이어 지원기관명과 금액, 마감일 등이 구체적으로 제시된다. 마지막으로 지원자격, 신청방법, 문의처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이같은 일련의 검색결과는 KB브릿지에 탑재된 인공지능(AI)이 사업자등록증에 있는 업종, 업력, 지역, 대표자 성별, 매출 등 13개 기본 정보를 활용해 자동으로 분석해 표출해 준다는 것이 장점이다.

KB국민은행은 더불어 오프라인에서도 소상공인 지원을 활발하게 전개 중이다. 자영업과 사회적기업가 육성을 위한 ‘KB 소호멘토링스쿨’이 그것이다. 7주에 걸쳐 ▷특화교육 ▷전문가 컨설팅 ▷네트워킹 ▷자금지원까지 원스톱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허인 KB국민은행장은 “본점을 비롯한 전국의 13개 지역에 개설된 KB소호컨설팅센터에서 대면상담을 통해 취약계층의 성공창업을 지원하고 있다”며 “은행의 윤리경영을 기반으로 상생의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KB국민은행이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한편 신한은행도 자영업자와 예비 창업자를 위한 상담과 교육 등을 지원하기 위해 강남별관에 사무소를 열었다. 이곳에서는 8주간의 집중교육과 맞춤형 컨설팅을 지원한다. 성공한 자영업자는 다른 자영업자의 멘토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 멘토의 선순환 흐름을 유도하는 게 이 프로그램의 특징이다.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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